영남루중수상량문 : 국역 영남루시운(2018.02.28일 발행) 참조
범 걸터앉고 용 서린 밀성부는 빼어난 경치 최고며
새가 날개를 편 듯 높은 집 영남루, 기이한 경관 드러내었네.
처음에는 절집으로 인하여 기틀을 놓았으나
마침내 화려한 건물 퇴락하여 새로 창건하였네.
김상국(관찰사 김주)이 처음 건축했을 때에는 규모가 넓지 못했고,
강사군(밀성부사 강숙경)이 중수할 무렵에는 제도를 대부분 잃어버렸네.
그렇기 때문에 세월이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기둥이 쉽게 흔들리고
낡은 인습에 따라 구차하게 연명되니
누가 결심하여 개수하겠는가?
생각하건데 우리 밀성부사 박세후 공은
무지개를 토한 듯 담이 컸으며
옥이 선 듯 기이한 자태였네.
장작(문장이 훌륭한 선비를 지칭)처럼 문장력이 높아
모두 중청전이라 일컬었네.
원림을 선발하여 사람들의 중망을 받았기에
모두들 검은 머리 재상이 될 줄 알았네.
잠시 높은 벼슬을 그만두고
외직으로 나가 변방의 중요한 부을 맡았네.
반근착절의 상황에서 날카로운 칼을 시험하고
봄의 은택처럼 (결)
문서 처리하고 난 뒤 여가에
누각이 중수되지 않음을 한탄하였네.
이에 솜씨 좋은 장인을 구하여
때때로 그곳에서 노닐게 하고
강가의 흙과 재목 (결)
백부 (결) 장인들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완성을 아뢰었네.
형세는 황학루의 크고 빼어남을 능가하고 (결)
단봉성(황제의 도성)처럼 우뚝하여 채색한 기둥 위로 남포의 구름 날아가네.
포구의 아침 구름빛 푸른 작라문 흔들며 고깃배에 반짝이고
주렴 걷어니 서산에 지는 비 그림자 흰 마름 풀로 떨어진다.
물가의 향기로움은 어찌 목공의 (결)
생각하건데 우리 사또의 지혜로움은 산에 기이함을 더하고 물에 아름다움을 더했네.
천고의 기이한 경관을 새롭게 해 달은 다시 밝아졌고 바람은 다시 맑아졌으며
십분 기이한 광경 보태 누각의 승경과 나란하게 보이게 하네.
이에 갖추기 어려움을 알았기에
촉석루(진주)는 씻은 듯 맑고 아름답지만 조망이 시원하지 못하고
영호루는 사방이 평평하지만 또한 지세의 빼어남이 부족하네.
김해의 연자루와 울산의 태화루
영천의 명원루와 양산의 쌍벽루는
바다와 가깝고 땅이 습해 소요하기에는 적당하지 않고
강이 부족하고 산이 울퉁불퉁하니 어찌 흔쾌히 오를 수 있으랴.
만약 이 누각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다 펼쳐지면
앞선 여러 누각들에게 없었던 승경이 모두 여기로 모이리라.
오늘 들보를 올리는 날에
아랑의 노래 바치기를 청하네
들보 동에 던지세.
용수산(용두산의 이칭) 한 가지 늘어져 옥 같은 연꽃을 펄치니
해가 세 길쯤 올라와 봄 안개 걷히고
푸른 구슬을 태우며 산에 붉은 빛 비친다.
들보 서에 던지세
십리 넓은 들판에 풀은 이들이들
삿갓 쓴 어부는 그물을 거두고
비끼는 바람 내리는 가랑비에 물안개만 자욱하네.
들보 남에 던지세
맑은 낮 화려한 기둥에 기대 취해보노라니
코를 찌르는 맑은 향기 드는 그으한 곳
밤꽃에 바람 일어 꽃잎만 우수수 떨어지네.
들보 북에 던지세.
꿈결처럼 펄쳐지는 솔바람 소리 성에 가득하고
오색구름 머문 곳이 바로 봉래산이니
푸른 산 너머로 한 줄기 새들이 가로지른다.
들보 위에 던지세.
희미한 상서로운 구름 아득하게 오르내리고
퉁소 소리 끊어진 곳 황혼이 저물려 하니
달이 처마 끝에 천만 길로 떠오르네.
들보 아래에 던지세
맑은 술동이 대나무 잎 술 백옥 잔에 따르니
세 줄로 늘어선 아름다운 기생들은 짧은 단조(현악기)를 잡고
고운 춤 맑은 노래 아침저녁으로 노니네.
바라건데 상량한 뒤에
소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지듯 대나무가 꽉 들어찬 듯하여
해와 달은 조각한 들보와 가까워져 산하를 아름답게 하고,
햇살을 인도하고 풍운을 맞이해 붉은 난간 보호하고 다루(차를 마실수 있는 공간)를 더하며
상서롭지 못한 백성들의 고통을 꾸짖어 멈추게 하고 길이 병란을 없애기를.
밭과 들판은 두 산줄기의 상서로움을 두루 갖추었고
여염에서는 다섯 별의 바지노래로 칭송하네.
백 척 높은 누각은 원룡의 호기로운 기운을 과시할 필요 없으며
만 칸 큰 건물은 공부의 기쁜 얼굴과 같기를 바라네.
회산(檜山 창원 昌原) 구유온(仇有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