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생각하다
이름     법무사 김춘근 날짜     2022-03-04 16:49:14 조회     343

철학을 생각하다

 

배가 고프다.

먹고 먹고 또 먹지만, 그래도 배가 고프다.

더 많이 먹을수록 더욱더 배고파진다.

스마트폰에 손을 뻗는다. 얼마나 경이로운 기기인지!

손가락으로 화면을 한 번만 밀면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양자물리학에 이르기까지 인간사의 모든 지식을 접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지식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 충족되지 않는 이 배고픔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우리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정보와 지식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지혜를 원한다. 여기에는 차이가 있다.

정보는 사실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이고, 지식은

뒤죽박죽 섞인 사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지혜는 뒤얽힌 사실들을 풀어내어 이해하고, 결정적으로

그 사실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영국의 음악가 마일스 킹턴은 이렇게 말했다.

지식은 토마토가 과일임을 아는 것이다, 지혜는 과일

샐러드에 토마토를 넣지 않는 것이다.”

지식은 아는 것이고 지혜는 이해하는 것이다.

지식과 지혜의 차이는 종류의 차이이지 정도의 차이가

아니다.

지식이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지혜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지식이 늘면 오히려 덜 지혜로울 수도 있다.

앎이 지나칠 수도 있고, 잘못 알 수도 있다.

지식은 소유하는 것이다. 지혜는 실천하는 것이다.

지혜는 기술이며,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지혜를 운으로 얻으려는

것은 바이올린을 운으로 배우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게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여기저기서 지혜의 부스러기를 줍기를 바라면서

비틀비틀 인생을 살아나간다. 그러면서 혼동한다.

시급한 것을 중요한 것으로 착각하고, 말이 많은 것을 생각이

깊은 것으로 착각하며, 인기가 많은 것을 좋은 것으로 착각한다.

한 현대 철학자의 말마따나, 우리는 잘못된 삶을 살고 있다.

나도 거의 언제나 배가 고프다.

내 생각엔, 기억 내내 나를 끈질지게 따라다닌 우울 때문인 것

같다. 지난 몇 년간 다양한 방법으로 그 허기를 채워보려 했다.

종교, 심리상담, 자기계발서, 여행 그리고 짧았지만 끝이 영

좋지 않았던 환각버섯 체험까지. 전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

만 배고픔이 완전히 해소되지도,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아침, 지하세계, 즉 우리 집 지하실로 모험을

떠났다. 지하실은 내가 거실에 놓을 수 없다고 판단한 책들을

격리해 두는 곳이다. 그곳에서 왜 방귀가 나올까바보들을

위한 자산관리사이에 낀 월 듀런트의 1926년 책, “철학이야기

를 발견했다.

책은 엄청나게 무거웠고, 책장을 펼치자 먼지구름이 일었다.

나는 먼지를 깨끗이 닦아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듀런트의 글은 우레와 같은 깨달음을 주거나 나를 180도 변화

시키진 못했다. 하지만 계속 읽었다. 글의 내용보다는 글에서

느껴지는 열정 때문이었다. 듀런트는 누가 봐도 사랑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누구에게? 무엇에게?

영어의 철학자라는 단어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다.

그리스어의 필로소포소에서 왔다. 하지만 미국 독립선언문이

행복을 손에 넣는 것에 관한 글이 아니듯이,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 역시 지혜를 소유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내가 소유하지 않는 것, 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것도 사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추구하는 행위 그 자체다.

과학과 달리 철학은 규범적이다. 철학은 세상이 현재 어떤

모습인지 뿐만 아니라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까지 말해준다.

작가 대니얼 클라인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에게

다음과 같은 최고의 찬사를 던졌다. 에피쿠로스를 철학이라기

보단 삶을 고양시키는 시라고 생각하고 읽을 것.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그 시를 흡수했다. 아주 천천히, 생각의

속도로, 기차의 창가 자리에 푹 파묻혀서, 언제 어디서든 가능할

때마다 기차를 탔다. 역사상 위대한 사상가들이 사색에 빠진

곳을 여행했다.

와이오밍에 있는 스토아 캠프와 델리에 있는 인도 철도부에

용감히 맞섰다. 여행은 좋은 의미에서 나를 멈춰서게 했다.

우리에겐 늘 지혜가 필요하지만 삶의 단계마다 필요한 지혜가

다르다. 열다섯 살에서 중요한 어떻게질문과 서른다섯 살,

또는 일흔다섯 살에게 중요한 질문은 같지 않다. 철학은 각 단계

에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결국 인생은 우리 모두를 철학자로 만든다. 프랑스 사상가

모리스 리즐링이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보고 생각한다. 왜 기다려야 하지? 왜 삶이 골칫

거리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바로 지금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인생이 이끄는 대로 나도 철학자가 되면 안 되나!

 

2022.  3.  4. 16:40

사무실에서

에릭 외이너 저술의 스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타이핑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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