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산사 100일의 추억)
이름     김춘근 날짜     2024-04-29 11:59:46 조회     105

* 필자는 41년 전 26살 청년의 나를 만나보기 위하여 이 글을 썼다.

  그해는 개인적으로 성취와 절망을 동시에 경험했던 잊지 못할 해였다.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이었고

  그러한 추억이 나를 성숙케 했고 오늘의 나를 존재하게 하였다는 것에

  스스로에게 위로와 감사를 보내고 싶다.

 

 30여 년의 공직 생활, 법무사로 이어진 삶의 여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 약간은 화려한 모습 뒤에 숨겨진 말 못할 긴장과

  절망 그리고 열정, 그러나 41년이 지난 지금도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그해 여름의 우울했던 잔영은 지울 길 없다. 소중한 추억이었고 내 서정

  의 일단을 뒷받침해 준 삶의 자양분을 축적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여행작가 위치우이는 말했다.

 인간 삶은 언제나 걸어온 길에 가장 끝에 서 있는 것,

 내 자신의 영혼의 끝, 되돌아 갈 수 없는 그 후회와 아쉬움의 끝에

 항상 서성거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

 그러기에 인생이 진정 아름다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백발과 필연의

 결별이 있기 때문이고 그것을 의연하게 받아들임에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

 

 잠시 이승의 인연을 같이했던 모든 분들, 그분들은 멀어져 갔지만,

 아버지의 거친 손에서 느껴졌던 부정(父情), 어머니의 앙상하게

 마른 모습, 축 늘어진 어깨에서 느꼈던 형용할 수 없었던 슬픔,

 절간에서 느껴야만 했던 절대 고독의 적막감, 적막을 더해 주던

 산사의 바람 소리, 풍경 소리, 늦은 밤 절 마당을 수십 바퀴 돌면서

 쏟아내던 노 스님의 알지 못할 독백, 그 광경을 문틈으로 지켜보면서

 느꼈던 마음, 이름 모를 산골 처녀의 안타까운 시선은 잊을 수 없다.

 

 1983. 12. 19. 수원 법화산 자락에 위치한 법무연수원에서 교육 중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았다. 그 순간 하늘과 땅이 붙는 충격을

  받았다. 그때 어머니의 나이 59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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