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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의 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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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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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근 |
날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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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7 15:18:31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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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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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일 뿐........
한때는 천방지축으로 일에 미쳐 하루해가 아쉬웠는데 모든 것 잃어버리고 사랑이란 이름의 띠로 매였던 피붙이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을 안긴다.
굶어죽어도 얻어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하겠노라 이를 깨물던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조우할까 조바심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로 얼굴 숨기며 아려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던 술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들도 인생을 강등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다. 50평생의 끝자락에서 잠자리를 걱정하며 석촌공원 긴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의 상념이 눈앞에서 춤을 춘다. 뒤엉킨 실타래처럼 난마의 세월들.........
깡소주를 벗 삼아 물마시듯 벌컥대고 수치심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빨랫줄 서너 발 철물점에 사서 청계산 소나무에 걸고 비겁의 생을 마감하자니 눈물을 찍어내는 지어미와 두 아이가 “안 돼, 아빠 ! ” 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걸어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가야지........... 걸어가야지...........
# 이 시는 충정로 사랑방에서 한동안 기거했던 어느 노숙인의 시로서 서울 영등포 노숙인 쉼터 “행복한 우리집”의 식당 벽에 붙어 있는 시입니다. 어느 이름모를 노숙인의 쓰라린 심정을 노래한 시로서 만인의 심금을 울려주었던 시입니다.
모든 노숙인들이 이 시를 읽으면서 밥을 먹을 때마다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하게 된다는 시로서, 당시 노숙인들에게 희망과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해 주었다고 합니다.
이 시의 작가가 누구인지 정확하게는 모르나, 2000년도 경에 1949년생으로 보이는 장금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이 시의 작가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이 장금이라는 사람이 사업이 망했다고 하면서 노숙인 쉼터를 찾아 왔는데, 16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키에 머리숱도 다 빠지고 이도 많이 빠진 상태에서 왜소한 몸짓을 한 사람이었으나 모두들 글 솜씨에 놀라워했다는 것입니다. 그 후 이 시의 작가는 안타깝게도 추운 겨울날 보라매 공원에서 기저귀를 찬 채 죽어 있었고 무연고로 처리되어 벽제화장터로 간 것이 마지막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시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것 같습니다. 한편에서는 음식물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썩어 나가고 한편에서는 이렇게 한끼 끼니 걱정을 하면서 처참하게 죽어가는 현실이 우리 앞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 인간사에서 비극인지 희극인지 모르겠으나 조금 있다고 으시대고 교만한 사람들에게 그리고 살기가 어렵다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 그리고 돈과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우리들에게 많이 생각케 하는 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렵고 힘들 때 그리고 즐거울 때도 한번쯤 읽어보면서 겸손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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