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에게 보낸 편지
이름     이영주 날짜     2014-10-06 15:31:46 조회     5603

D에게 보낸 편지 - 앙드레 고르 작

<본 문에서>
"당신은 이제 막 여든두살이 되었습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요즘 들어 나는 당신과 또다시 사랑에 빠졌습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내 몸을 꼭 안아주는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밤이 되면 가끔 텅 빈 길에서, 황량한 풍경 속에서, 관을 따라 걷고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봅니다.
내가 그 남자입니다.
관 속에 누워 떠나는 것은 당신입니다.
당신을 화장하는 곳에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재가 든 납골함을 받아들지 않을 겁니다.
캐슬린 페리어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그러다 나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숨소리를 살피고, 손으로 당신을 쓰다듬어봅니다.
우리는 둘 다, 한 사람이 죽고 나서 혼자 남아 살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둘이 함께하자고."

이책은 고르가 아내 도린을 위해 쓴 "D에게 보낸 편지"라는 제목으로 2006년에 출간되었고,
한해 뒤인 2007년 9월 22일에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든세살인 앙드레 고르와
여든두살인 그의 연인 도린은 자신들의 집에서 약을 주사하여 숨을 끊어 동반 자살을 했습니다.

앙드레 고르는 1923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경제 전문 기자, 최저임금제를 역설한 노동이론가,
생태주의를 주창한 신좌파 혁명가, 글로벌 경제 분석가등 유럽을 대표하는 석학이였습니다.
사르트르가 "유럽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이라고 한 분이지요.

그의 아내가 30년 동안 불치의 병을 앓고 있어 그는 아내의 뒷바라지를 계속해오다
결국 세상에 혼자 남기를 원하지 않아 프랑스 어느 시골집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요즘 세태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어 가슴이 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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