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雅號를 불러주자 2010.01.12 창원향토사연구회 1. 이름이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님의 [꽃]이란 시에서 처럼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다가서기 위한 것이 이름입니다. 나를 넘어 ‘관계’를 맺기 위한 것입니다. 본명, 자, 아호(당호), 관명등 2. 雅號의 유래 사람들은 출생하면 누구나 이름을 갖게 되는데, 우리의 선조들은 집안 어른이 지어주신 이름을 가장 존귀하게 여겨 남들이 함부로 부르는 것을 불경스럽게 여겨서 함부로 부르지 않으려는 뜻에서 아호를 지여 부르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호는 집안 어른들이나 스승, 또는 가까운 벗들이 지어서 부르게 되는 것을 아호라 한다. 종교적으로 볼 때, 불교에서는 法名, 기독교, 천주교에는 洗禮명, 컴퓨터 P.C통신에는 I.D가 있고, 서양에서도 이름대신 愛稱 즉, 영문 이니셜을 따서 부르는 것처럼, 우리 민족은 동방예의지국 이라 어른의 이름을 존함(尊啣)이라 하여, 함부로 부르지 않았으며, 일반적으로 아호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이는 사실 고대 중국의 습성과 유교적인 예(禮)로 사용하기 시작하여, 양반들만 사용하였으나, 李朝末期에 서민들의 신분(身分)상승을 목표로 평민까지 사용하게 되었으며, 최근에는 유명 정치인 또는 작가, 예술인들이 많이 사용하고 일반인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요즘에 와서 관심을 갖고 많이 사용하는 추세이며 사실은 누구나 아호를 가지는 것이 좋다. 3. 우리시대에 호는 무엇인가? 일생 4~5개 이상의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하나의 이름으로 평생을 사는 오늘에 비춰본다면 거추장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여럿의 이름이 있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이름도 불리고, 어떤 이는 이름보다 별명이 더 그 사람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주기도 하고 또 김부장, 이과장, 박선생님, 강변호사님 등의 호칭으로 불리기도 하고, 시우아빠, 경윤이엄마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불리는 상대에 따라, 직함에 따라 그 이름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1) 호는 누가 불러도 좋습니다.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이 불러도 실례되는 일이 없습니다. 부르기가 적절찮아 ‘어이!’, ‘야!’, ‘너!’, ‘저-어-’ 등의 모호함이 없습니다. 2) 호는 바로 ‘나’입니다. 아랫사람, 윗사람, 아직 친밀한 밀착이 되지 않아 그 사람의 이름 부르기가 적절하지 않을 때 우리는 00이 엄마, 00이 아빠, 00이 할아버지, 00이 처 등으로 부릅니다. 살아있는 내가 아닌 누군가의 관계를 대리한 나일뿐입니다. 이렇듯 살아가면서 종종 나를(나의 이름을) 잃어 버리게 되지요. 호는 다른 이를 통하지 않고 나를 드러내는 내 이름입니다. 상대가 누구이든 나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개방형’ 이름입니다. 3) 호는 그 사람의 정체성을 더 명확히 해줍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우리의 본명이 나와는 상관없이 부모의 일방적인 욕심에 의해 지어집니다. 그 이름에 따라 내 성품이 닮아가기도 합니다만 보통은 나의 주체성과는 상관없는 것이 우리의 이름이기도 한 것입니다. 4) 호는 자신을 반영합니다. 별명이 그 사람을 어떠한 형태로든 반영하듯이 호는 그 사람이 살고 있는 모양, 바램, 의지 등을 반영하는 그릇이 됩니다. 스스로 자호하든 남이 지어주든 주인의 동의를 전제로 사용되는 것이 호이기 때문입니다. 5) 호는 자신을 가꾸게 합니다. 호를 사용한다는 것은 남에게 나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일이 됩니다. 삶의 방향을, 삶의 의지를 드러내는 일이기에 자신의 삶을 되보고 가꾸게 됩니다. 6) 호는 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게 해줍니다. 자신을 가꾸는 이름이기에 그 사람의 ‘격’이 됩니다. 아무리 허물없는 사이일지라도 함부로 훼손할 수 없는 이름이 됩니다. 7) 호는 사회적 활동을 왕성하게 해줍니다. 호는 부모를 떠나 한 인간으로 내가 서 있음을 공표하는 이름입니다. 자신이 세상을 떠받치는 당당한 한 축임을 공표하는 이름입니다. 이름이란 열매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싹을 가리키는 부름이라는 얘기를 어디서 본 듯 합니다. 어떤 것의 이룬 결과가 이름이 아니라, 이루고자하는 스스로의 과제가 스스로의 이름이란 얘기입니다. 아호란 글자 그대로 우아하게 나를 지칭하는 이름으로서 자신의 발전과 품위를 위해서. 4. 호를 어떻게 지을까? 호는 나를 가장 나답게 드러내는 주체적인 이름으로 가장 나답게 지으면 됩니다. 특별히 정해져 있는 틀이 있는 것도 아니며 꼭 한자를 이용해야 할 이유도 없고 글자수의 제한이 있지도 않습니다. 호를 지어 쓰다 맘이 변하거나 다른 생각이 일면 또 지어 써도 무방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추사 김정희의 경우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503개의 호를 지어 썼습니다. 김정희의 호 짓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그의 관심 영역이 달라질 때마다 새로운 이름이 생겨난 것이지요. 예를 들어 그에게 시서화와 경학, 금석학에 큰 영향을 준 중국의 거유 담계 옹방강과 교유할 땐 ‘담계 옹방강을 아주 보배롭게 생각하는 선비’라는 뜻으로 보담재(寶覃齋)라는 호를 사용했습니다. 5. 호를 짓는 기준이나 방법 고려시대 이규보는 그의 [백운거사록(白雲居士綠)]이란 책에서 "거처하는 바를 따라서 호로 한 사람도 있고, 그가 간직한 것을 근거로 하거나, 혹은 얻은 바의 실상을 기준으로 호를 지었다" 가. 여기에 하나를 덧붙여 신용호라는 사람은 호를 짓는데 네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소처이호(所處以號) : 생활하고 있거나 인연이 있는 처소를 호로 삼은 것. (이이는 밤골마을 율곡리라서 율곡((栗谷)이라 하고, 도곡 김태정선생은 도곡이란 지명.) 2) 소지이호(所志以號) : 이루어진 뜻이나 이루고자 하는 뜻을 호로 삼는 것. (여초 김응현 선생은 항상 처음의 자세로 공부에 임하겠라고 여초(如初:처음과 같이)라고 함) 3) 소우이호(所遇以號) :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여건을 호로 삼은 것. (퇴계 이황 선생은 고향으로 물러나 시내를 벗하면서 공부에 전념하겠노라고 토계리의 계를 따서 퇴계(退溪)라고 함) 4) 소축이호(所蓄以號) :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것 가운데 특히 좋아하는 것으로 호를 삼은 것. 나. 뜻에 따른 아호의 작법(作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뜻이 있는 문자를 사용하여야 한다. (인생관이나 좌우명을 알수 있다.) 2) 직업이나 성격에 알맞은 문자를 선택하여야 한다. 3) 이름과 마찬가지로 부르기 쉽고 듣기 좋아야 한다. 4) 음양오행이나 수리오행에 서로 상극되는 경우를 피하는 것이 좋다. 5) 아호 두 글자의 획수를 합하여 길한 수리(數理)로 사용해야 한다. 6) 겸손한 문자를 사용해야 한다. 다. 소재를 분류시키면, 다음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1) 이상 (理想)과 신념 (信念)의 소재 (素材) 2) 지명(地名)의 소재 (오행분류 土) 3) 산 (山)과 바위 고개 등 넷째 : 강 (江) 호수(湖水) 바다 (海)의 소재 (오행분류 水) 4) 강 (江) 호수(湖水) 바다 (海)의 소재 (오행분류 水) 5) 해(日) 와 달(月) 그리고 별(星)의 소재(오행분류 火) 6) 초목(草木)과 꽃의 소재(오행분류 木) 7) 기후(氣候)와 계절(季節)의 소재와 기타 6. 역사 속 인물들의 아호 포은(圃隱)-정몽주, 매죽헌(梅竹軒)-성삼문, 매월당(梅月堂)-김시습, 우암(尤庵)-송시열, 다산(茶山)-정약용, 수운(水雲)-최제우, 녹두(祿斗)전봉준, 송제(松濟)-서재필, 일성(一醒)-이준, 만해(萬海)-한용운, 백범(白凡)-김구, 도산(島山)-안창호, 해공(海公)-신익희, 매헌(梅軒)-윤봉길, 중수(中樹)-박정희, 후광(後廣)-김대중, 운정(雲廷)-김종필, 경사(俓史)-이회창, 소천(小泉)-조순, 우당(尤堂)-박찬종, 청계-이명박 다음 모임때는 다른 회원님들의 호를 한 개씩 지어서 선물을 하심이 어떠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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