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바보스러움이다
영국 여류 시인 브라우닝은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이란 시에서 노래했다.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오직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주세요. 부디 미소 때문에, 미모 때문에, 다정한 말씨 때문에, 또한 재치 있는 생각 때문에, 그래서 그런 날엔 내게 편안한 즐거움을 주었기 때문에 저 여인을 사랑한다고는 정말이지 말하지 마세요.”
그녀는 계속 노래했다. “이런 것들은, 임이여! 그 자체가 변하거나 당신을 위해 변하기도 해요. 그처럼 묶인 사랑은 그처럼 풀리기도 해요. 내 뺨의 눈물을 닦아주는 당신의 사랑 어린 연민으로도 날 사랑하진 마세요. 당신의 위안을 오래 받으면 울음을 잊게 되고, 그래서 당신의 사랑을 잃을지도 몰라요. 오직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주세요. 언제까지나 당신의 사랑을 누리도록, 사랑의 영원을 통해.”‘때문에’로 묶인 사랑은 번개탄과 같지만 순수한 사랑은 언제까지나 지속된다고 시인은 노래한다. 조건을 붙이는 사랑은 무조건 조심하라. 조작한 사랑은 오래가지 못하고 계산이 앞선 사랑은 곧 식는다.
남자들은 간혹 “나는 백치미인을 좋아해!” 하고 농담 삼아 말한다. 그 말을 부정적으로 보면 여인을 맘대로 인형처럼 가지고 놀겠다는 말이고, 긍정적으로 보면 순수한 여인이 좋다는 말이다. 누구나 깨끗함과 순수함을 사랑한다. 많은 현대인은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바보 온달’과 ‘백치미인’을 그리워한다.
유명한 백치미인으로 루이 14세가 사랑했던 ‘팡타그’가 있다. 그녀는 14세에 왕의 눈에 띄어 사랑을 받지만 거의 백치였다. 게다가 뭇 여인들의 질투와 독살 계획으로 정신이상 증세마저 보였다. 결국 환자를 싫어했던 왕은 그녀를 멀리했고 나중에는 그녀를 제거하려고 수녀원으로 보냈다. 그녀는 왕이 그리워 피눈물을 흘리며 수녀원에서 “왕이 나를 위해 눈물 흘렸다!”는 소식에만도 행복을 느끼며 나이 20세에 죽었다.
정도를 이탈한, 조건적이고 장난 같은 사랑은 항상 슬픈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조건을 따지고 사랑을 실험하지 않는 길이 사랑을 얻는 길이다. 성경에는 한 마리의 잃은 양을 찾으려고 아흔 아홉 마리의 양을 놓아두고 깊은 밤에 험한 산길을 헤매는 목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적으로 보면 정말 어리석고 바보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순수한 사랑은 그런 바보스런 모습 속에 자리한다. 사랑은 때로 바보스러움이다.
에릭 프롬은 말했다. “덜 익은 사랑의 원칙은 사랑 받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지만 성숙한 사랑의 원칙은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무엇을 받았거나 앞으로 받을 것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은 순수한 사랑이 아니다. 사랑 때문에 생길지도 모르는 손해를 무릅쓰고라도 사랑하는 것이 순수한 사랑이다.
사랑 속에서 사랑이외의 것을 더 많이 생각한다면 그것은 순수한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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