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에서 지옥과 연옥, 천국을 엿보고 나면 두려워진다.
나는 과연 내세에 어느 곳에 머무르게 될까 ? 더구나 지옥은 저리도 처참한데...,
책에는 단테가 어느 지옥문에서 기절하는 장면이 있다. 과연 책장을 넘기다가도 기절
직전의 쇼크에 직면한다. 특히 지옥편의 책장을 넘기면서도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그러나 내세를 걱정하기 전에 우선 현세에서의 위치를 점검해 볼 일이다.
나는 어느 곳에 있는가.
사람이 사람을 만나 천국도 만들고 지옥도 만들면서 한 세상 살아간다.
어떤 때는 그로 인해 이 세상이 천국이다가, 또 어떤 때는 그로 인해 이 세상이
지옥이다가, 도 닦는 연옥이다가 한다. 만나고 사랑하고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며
우리는 그렇게 천국과 지옥과 연옥을 넘나든다. 결국 이 세상이 천국이냐 지옥이냐 하는
것은 사람이 만든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일은 마음에 달려 있다.
천사의 환한 날개를 내 어깨에 앉히는 일도 마음이고, 검은 사자의 손을 잡고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것도 마음이다. 사랑에 인색하면 늘 지옥에 살게 되고 사랑에
너그러우면 하루하루가 천국인데 왜 자꾸 욕심내며 지옥문을 오가는 걸까 ?
마음만 먹으면 천국의 입장권이 무료인데....
천국으로 가는 초대장은 내 마음이 발급하는 것인데 말이다.
지옥과 연옥, 천국을 다 가진 이곳. 과거와 오늘, 미래를 다 지닌 지금.
나는 어떤 장소를 여행하며 어떤 시간을 살아가고 있을까 ?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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