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의료원 폐업은 사필귀정(事必歸正)
이름     박권제 날짜     2014-10-20 11:57:40 조회     1272

진주 의료원 폐업은 사필귀정(事必歸正)


말썽 많던 도립 진주의료원의 폐업이 결정되었습니다. 진주의료원 노조 간부들은 폐업을 막기 위해 강경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노조원의 입장에서는 열정을 바쳐 근무하던 직장이 폐업되니 얼마나 안타깝겠습니까? 그 절박한 심정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폐업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생각합니다.

진주의료원은 1910년 9월 경남자혜의원으로 개원된 후 1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적 공공의료기관입니다. 창설 초기는 의료혜택을 보지 못하던 경남도민의 중요한 자선병원이었습니다. 진주도립병원으로 개칭될 즈음에는 진주시내에서 도립병원 굴뚝이 보이지 않는 곳이 없었다고 합니다. 진주지역의 최고의 의료기관으로 각광받았던 역사적 병원입니다.

이제 진주의료원은 폐업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일말의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진주의료원의 운영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년간 계속된 적자운영을 극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결국 폐업이라는 카드가 선택된 것입니다. 나는 이 문제가 경남도청이나 진주의료원 어느 한쪽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변화로 인해 필연적으로 다가온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첫째,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의 시행으로 공공의료기관의 필요성이 줄어들었습니다. 진주의료원이 잘못해서가 아닙니다. 2000년부터 전 국민에게 적용된 국민건강보험제도로 공립병원과 일반병원의 구분이 모호해 졌습니다. 도민들은 어느 병원에서 진료를 받든지 같은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습니다. 국민 건강보험의 측면에서는 도립의료원이 일반병원과 다른 점이 없습니다.

도립의료원이 담당하던 도민 건강증진 기능은 시군 보건소의 의료시설 확충과 기능발전으로 바뀌었습니다. 도민들은 지역 보건소에서 예방접종을 받고 여러 가지 건강증진 혜택을 누립니다. 이러한 현상은 시대변화와 역사의 흐름입니다.

둘째, 진주의료원은 1984년 경상대학병원이 개설되기 전까지는 최고의 시설을 갖춘 대표적 의료기관이었습니다. 의료시설이 취약한 지역에 행정기관에서 좋은 의료시설과 우수한 의료진을 제공하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병원과 일반병원들이 도립의료원 시설을 능가하기에 별도로 공공 의료시설을 운영할 필요성이 사라졌습니다.

셋째, 도립의료원이 일반병원과 경쟁할 수 없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공의료기관은 주인이 없습니다. 도민의 시설이기에 도청과 도 의회의 감독을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일반병원보다 행정절차가 까다롭고 감사에 대비한 서류도 많습니다. 의사결정과정도 복잡하여 필요한 시설과 인원의 배치도 제 때에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공공의료기관 운영 체제자체가 경쟁력이 뒤처지고 낭비요인이 수반됩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공공의료기관을 반드시 유지해야할 당위성이 없어졌습니다. 더구나 진주의료원은 오랜 적자 경영으로 자본금이 잠식되고 있으니 폐업은 피할 수 없었겠지요. 사회발전으로 성장하는 부분, 쇠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전 시골에서 가장 번성하던 양조장과 정미소가 사라졌습니다. 사회변천으로 인한 흥망성쇠는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진주의료원 폐업은 어느 특정인의 잘못이 아니라 역사의 필연적 흐름입니다. 진주의료원 폐업은 사필귀정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소득층 의료복지 운운은 의료보호제도가 없을 때 얘깁니다. 다만 이번 폐업으로 피해보는 분들의 입장이 안타깝습니다. 무슨 정책이든지 추진과정에 수혜자와 희생자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행정기관에서는 그 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노력해주시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여 이번 사태가 지혜롭게 수습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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