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소고
이름     김춘근 날짜     2014-10-20 11:58:18 조회     1278

인문학 小考 (글 창원향토사연구회 수석부회장 김춘근)

1. 개관

人文學을 사전적으로는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영역이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자연을 다루는 自然科學에 대립되는 영역으로,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데 반하여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한다. 광범위한 학문영역이 인문학에 포함되는데, 미국 국회법에 의해서 규정된 것을 따르면 언어, 언어학, 문학, 역사, 법률, 철학, 고고학, 예술사, 비평, 예술의 이론과 실천, 그리고 인간을 내용으로 하는 학문이 이에 포함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을 설정하기에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역사와 예술이 인문학에 포함되느냐 안되느냐에 대한 이론들이 있기도 하다.

일찍이 북송시대의 대철학자 장횡거(1020-1077)는 진정한 학문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한바 있다.
“천지를 위하여 마음을 세우고, 인류를 위하여 도의를 확립하고, 옛 성인을 위하여 성현의 학문을 계승하고, 만세를 위하여 태평을 연다”

이 말은 학문에 대한 당대 동아시아 지성들의 열정을 고무시킨 상징적 구호이기도 하다. 장횡거의 말은 시대를 관통하여, 시대와 사회, 역사에 대한 확인과 지성의 근원적 문제의식과 궁극적 방향을 대변하고 있으며, 이러한 진정한 학문에 대한 요구는 현대사회에서 인문학에 대한 열망으로 계승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문학(Studia Humanitatis)은 중세대학의 위기에서 출발하였다.
12세기에 발흥한 중세대학의 학문체계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교한 철학체계로, 스콜라 철학이 학문의 주류를 이루었다. 14세기부터 시작된 르네상스 시대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면서 처음으로 상인계급과 시민계급이 등장했다.
당시 상인계급에 필요한 학문은 난해한 스콜라철학이 아니라 거래계약서를 작성하고, 직원들에게 자신의 경험지침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영자에게는 인간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느끼게 된다. 이러한 필요성은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주의자들의 고전과 연결된다.
주로 이탈리아 페렌체 출신인 이들은 중세시대에 사라졌던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의 고전을 발굴하게 되며, 이 시기에 인문학이 부활한다. 드디어 인문학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인문학의 방향은 15세기에 들어서면서 시민을 위한 인문학(Civil Humanism)으로 발전했으며 인문학적 성찰의 결과를 시민과 함께 나눈다는 것은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시도이기도 하다. 또 이러한 심화된 인문학은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확산되어야 한다.
처음 미국에 하버드 대학이 설립될 당시는 서양고전 강좌가 교육의 중심이었다고 한다. 학생들의 삶의 태도와 품성의 형성이 교육의 중심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 종합대학으로 확대되고 학문이 분화되면서 초기의 인문적 성찰이 자취를 감추었고, 학문은 정보와 연구로 낙착되었다.
19세기 때 철학자 “아서 쇼펜하우어”는 인문학을 “고전작가들에 대한 연구”라고 말한 바 있다. 고전을 통해서야 비로소 우리가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고전을 쓴 사람들에게 배우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 고전학이며 바로 인문학이다.

2. 왜 지금 인문학인가

우리나라도 20세기 초 식민지 시대와 해방과 전쟁을 겪었고, 그 다음에는 國富를 창출하고 세계 속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그리고 지금은 소외된 사람 그늘진 곳이 없도록 분배와 복지를 주장한다. 이 모든 소관의 최종적 가치는 안정과 행복이다. OECD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소득수준은 세계34위인데 행복지수는 103위이다.
행복이 중심 화두가 되면 그동안 우리가 추진해 왔던 가치들에 대하여 자연히 반성하게 된다. 산업화의 物神과 이념의 도그마에 지친 한국사회가 인문학에서 위로와 희망을 찾으려는 것은 매우 신선하고 고무적인 현상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는 선진사회를 위한 필수적 전제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진정한 선진문화는 인문정신에서 솟아나는 것이다.
삶에 대한 성찰, 균형 잡힌 역사의식,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문화적 갈증, 관용과 상생의 열린 정신 등이 나라의 품격을 고양시켜 준다.
지금은 일종의 전환기 시기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 지식정보화, 글로벌 경제체제 등 거대한 전환의 시기에는 그 의미와 맥락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오늘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 인문학이 부각되는 데는 국내적, 국제적 이유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으며, 인문학에 대한 국내의 관심은 사회적 불안감에서 출발한다.
경제 강국을 위한 질주는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의 문화를 낳았고, 이 과정에서 우리의 경제는 상당히 윤택해졌지만 삶은 고단하고 허탈하며 환경은 불안해졌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경쟁과 투쟁의 땅에서 따뜻한 온기를 찾는 갈망이 베어난 것이다.

창조경제는 인간 친화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과학기술과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체임을 강조하고, 이런 창조경제의 개념은 이미 선진국에서 오래전부터 이야기되어 온 것으로 전혀 새로울 게 없으며,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창조경제의 핵심과 연결된다.
기존의 사고방식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시각을 탐색하는 것은 인문학의 본성이며 인간의 감성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인간친화적인 아이디어를 구성하는 것은 인문학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 정부 들어 대통령은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라는 국정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국정과제로 창조경제를 채택했다. 많은 학자는 창조경제의 실현은 인문학적 사고에 기초한 창의성과 아이디어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우리 국민에게 인문학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기대를 한다.
문제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창조경제 조성에 어떻게 발휘되고 반영되느냐는 것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과학기술처럼 공식과 수치에 의해 발명되는 것도 아니다. 당연히 인문학 부흥이 전제되어야 한다.

3. 인문학의 부흥, 책읽기와 창조경제

그렇다면 인문학 부흥을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도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
바로 책읽기이다. 책은 사람들이 생각을 서로 공유하고 배우고 반성할 수 있는 사고의 근간을 이루고, 책이야말로 시대를 기록하고 공유하며 후대에 계승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권의 책에는 우리의 경험과 또 다른 작가의 모든 삶의 희노애락이 녹아 있기 때문에 엄청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책읽기는 해마다 줄어들고, 인문학의 몰락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라도 정부는 인문학 부흥을 위한 독서생태계를 살려야하는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폐쇄성을 넘어 다문화 사회의 개방의 윤리를 준비하여야 하고, 순혈주의나 지연, 학연으로 엮인 동지의식으로 창의성이나 혁신을 기대할 수는 없다.
창조경제 생태계의 핵심은 폭넓게 인재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문화와 그 다양한 인재들이 어울려서 혁신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또 인접 강대국인 중국과 문화적 유대를 유지하면서도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해 다가오는 문화패권주의에 대비하여야 한다. 이를 통한 인문학적 상상력이 사회전반에 확산될 때 비로소 창조경제는 그 내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8월, 대통령이 인문, 문화계 인사 간담회에서 인문학은 “인간을 이해하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삶의 길을 밝혀주는 지혜의 등불로, 고통스러운 시절을 보낼 때 고전인문학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인고의 세월을 체험해 왔고드디어 도도한 역사의 선장이 된 사람이기에 십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는 말이다. 인문정신의 확산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의제인 창조경제에도 든든한 동력이 될 것이다
요즈음 각 대학마다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단기, 속성의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고, 기업들은 경영과 인문학을 접목시키는 궁리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인문학은 본질적으로 기능이 아닌 가치개념이며 논리체계가 아닌 삶과 실존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며 그러니까 어떤 해답 자체는 아닌 것입니다. 답을 찾는 과정을 위한 중요한 틀을 인간에게 제공해 줄 뿐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창조경제 등의 현안문제와 사람다움의 깨달음인 인문학의 본질 사이에서 온고지신의 슬기로운 지혜가 접목되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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