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귀가 안 들릴 사람처럼 새들의 지저귐을 들어보라.
내일이면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처럼 꽃향기를 맡아보라.
내일이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처럼 세상을 보라
헬렌켈러 (1880-1968)
태어난지 19개월 만에 성홍열병으로 인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3중의 장애를 안고 살아야 했음에도 그 누구보다도 세상을 가슴으로 느끼고 살았던 헬렌켈러의 말입니다.
헬렌켈러는 보통사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장애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의 그 어떤 누구보다도 세상이 인간에게 주는 기쁨과 슬픔, 도전과 좌절, 실패와 성취를 함께하며 감각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그 증거가 바로 1933년 53살 나이에 쓴 “내가 사흘 동안 볼 수 있다면”이라는 글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글은 당시 경제공황기의 절망감에 허덕이던 미국인들의 가슴을 잔잔하게 그리고 뜨겁게 위로했던 글이기도 합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이 글을 20세기 최고의 수필로 꼽았을 정도입니다.
잠시 함께 이 수필 속의 내용을 음미해 보겠습니다.
첫째 날에,
나는 친절과 겸손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 있게 해 준 사람들을 만날 것입니다.
특히 나를 이 만큼 존재하게 해 준 셀리번 선생님을 찾아가겠습니다.
이제껏 손끝으로 만져서만 알던 그녀의 얼굴과 아리따운 몸매를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 모습을 내 가슴깊이 간직해 두겠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을 찾아 들로 산으로 나가 바람에 나풀거리는 나뭇잎과 들꽃들 그리고 석양에 빛나는 노을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둘째 날에,
나는 먼동이 트며 밤이 낮으로 바뀌는 웅장한 기적을 보고 나서 서둘러 메크로 폴리탄에 있는 박물관을 찾아가 하루 종일 인간의 진화와 역사를 눈으로 확인해 볼 것입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보석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마무리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셋째 날에는,
사람들이 일하면 살아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큰 길에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볼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오페라 하우스와 영화관에 가 공연을 보고 싶습니다.
어느덧 저녁이 되면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쇼윈도우에 진열되어 있는 아름다운 물건들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와 나를 사흘 동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다시 영원한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습니다.
이 글을 보면 헬렌켈러는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3중의 장애를 안고 있으면서도 역설적으로 정상인보다도 더 잘 세상을 보고, 느끼는 감각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887. 3. 3. 애니 설리번과의 만남은 헬렌켈러에게 있어서 제2의 생일 아니 “영혼의 생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운명적 조우였습니다.
애니 설리번 역시 어린 시절 시력을 거의 잃었고, 빈민 구호소에서 비참한 유년시절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퍼킨스맹인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여 특수아동교육을 마친 후 헬렌켈러를 첫 번째 학생으로 만났던 것입니다.
자신도 격심한 고통을 앓았었기에 헬렌켈러의 마음과 상태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48년간을 한결같이 헬렌켈러 옆에 함께 있었습니다.
셀리번 선생은 헬렌켈러에게 늘 “시작하고 실패하는 것을 계속하라”고 말했습니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실패할 때마다 무엇인가를 성취할 것이고 , 설사 원하는 것을 성취하지 못할지라도 무엇인가 가치 있는 것을 얻게 될 테니 시작하는 것과 실패하는 것을 쉬지 않고 계속하라고 독려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헬렌켈러는 물(water) 이라는 단어 하나를 배우는데 7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남들이 별다른 수고를 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을 헬렌켈러는 셀 수도 없는 시도와 실패를 반복한 끝에 느끼고 비로소 배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셀리번 선생의 헌신과 교육 속에서 헬렌켈러는 1899년 하버드대학교 래드클리프 칼리지에 입학하여 세계 최로 대학교육을 받은 맹농아가 되었고 마침내 1904년 우등으로 졸업하는 기적을 낳았습니다.
이후 미국 맹인 협회에 발령받아 미전역과 해외로 나아가 신의 사랑과 섭리 , 그리고 부단한 자기 노력을 역설하며 맹농아자의 교육과 사회복지시설 개선을 위한 기금을 모아 복지사업에 크게 공헌하였습니다.
1937년 당시 식민지 치하였던 한국을 방문하여 “세상이 비록 고통으로 가득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하는 힘도 가득하다”며 한국민들을 위로하기도 하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습니다. 단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을 뿐입니다.
자신은 비록 눈과 귀와 혀를 빼앗겼지만 영혼을 잃지 않았기에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고백하는 헬렌켈러 ! 우리는 여기에서 많은 깨달음과 말로만 하는 겸손이 아니라 진정한 겸손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그녀가 역경을 극복한 “삶”은, 삶 자체가 누구에게나 축복이요 감사임을 우리에게 새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비록 어려울 때 일지라도 헬렌켈러의 말처럼 “아무리 힘들어도 결코 고개숙이지 마십시오 오히려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보십시오”
헬렌켈러가 설리번 선생의 가르침에 따른 것처럼 시도하기를 주저하지 말고 실패를 두려워 하지마십시오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들이 열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내게 닫힌 문만 멍하니 바라보고 원망할 뿐, 우리를 행해 새로이 열린 문을 보지 못합니다.
헬렌켈러는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3중의 장애에도 결코 굴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만 보며 세상을 원망하기보다 새롭게 열린 문을 향해 남은 감각을 총 동원해 느끼고 배워 마침내 정상인보다도 더 이 세상을 느끼고 향유하며 누리고 살았습니다.
그런 그녀야말로 오늘날과 같은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결코 놓칠 수 없는 우리들의 삶에 본보기가 아닐까요?
3중의 장애를 딛고 일어선 헬렌켈러의 삶을 보듬어 보면 우리 모두는 우리의 삶을 고달프다고 좌절하거나 불평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은 언제나 한계에 도전하는 존재였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각자의 처한 환경에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신들은 항상 노력하는 사람들의 옆에 서 줄 것임을 믿어야 겠습니다.
도달해야할 꿈이 있는 한, 시련은 앞으로도 늘 우리를 실험 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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