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 !!!
이름     김춘근 날짜     2014-10-20 11:48:09 조회     1591

방랑시인 김삿갓 !

그 이름 석 자만 들어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가슴 밑바닥에는 무언가 꼭 집어서 말 할 수 없는 추억과
낭만, 한 사나이가 걸어온 애처로움과 고난과 서러움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것은 왜일까 !
그것은 아마 시공을 뛰어넘어 오늘날까지도 사나이들의
심금을 울려주는 그가 남긴 시들과 때론 막막하고 힘겨운
현실에서 일탈의 로망을 꿈꾸는 방랑자의 DNA가 우리들
가슴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평생 천하를 주유하며 방랑의 삶을 살다간 외로운 선각자,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수많은 글을 남긴 방랑시인 김병연
(金炳淵·1807∼1863)........

그는 경기도 양주군 회천면 회암리에서 출생했으나 6살
되던 홍경래의 난(1811년) 때 선천부사를 지내던 조부
김익순(金益淳)이 홍경래의 반란군에 항복했다가 참형되고
폐족 위기에 처하자 김삿갓의 어머니가 그의 형과 김병연
(김삿갓)을 데리고 황해도 곡산(谷山)으로 피신해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다. 그 후 그의 가족은 평창을 거쳐 영월에
거주하게 되는데 영월 동헌에서 열린 백일장에 참가한 것이
그의 인생 행로를 통째로 바꿔 놓았다.

당시의 시제(詩題) ‘논정가산 충절사 탄김익순 죄통우천
(論鄭嘉山 忠節死 嘆金益淳 罪通于天)’은 바로 홍경래의 난 때
순직한 가산군수 정시(鄭蓍)를 찬양하고 선천부사 김익순을
탄핵하라는 것이다. 갓 스무 살의 그는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의 조부를 망군(忘君) 불충(不忠)의 죄로 백 번 죽어
마땅하다며 호되게 꾸짖는 명문의 글로 장원을 한다.
장원이 되던 그 날 저녁 어머니로부터 조부에 대한 청천벽력
같은 사연을 듣게 된 김병연은 스스로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 여겨 다음날 새벽 竹杖芒鞋에 삿갓을 쓰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방랑의 길을 떠난다. 이 때문에 병연이라는
본명이나 난고(蘭皐)라는 호보다 김삿갓 또는 김립(金笠)
이라는 별칭이 널리 쓰인 것이다.

미망의 시대가 비운의 가족사와 겹쳐지면서 전도가 유망했던
스무 살 청년의 생애를 이렇게 거친 황야로 내몰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닥친 감당키 어려운 시련과 좌절은 우리나라
문학사에 크고도 독특한 족적과 독보적인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후 아들 익균의 귀가 권유를 뿌리치고 1863년
57세를 일기로 전남 화순에서 객사하기까지 시대와 권력,
부자를 풍자하고 조롱한 불세출의 시객(詩客)으로 살아간
시대의 반항아요 풍운아였다.
그는 죽어서야 비로소 지금의 김삿갓면 와석리 노루목에
묻히고, 유랑을 끝낸다.

54세 때 14년간이나 천하를 주유한 공자의 고행을
그리워하며 답습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정녕 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를 꼼짝달싹할 수 없게 옭아맨 세상의 인연과 기구한 운명이
결국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더 큰 자유를 선택하게 하였고 조선
천지를 주유하게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 ! 그는 자신의 생애를 이렇게
한 수의 시로 읊고 있다. “새는 둥지가 있고 짐승도 제 굴이 있는데
(鳥巢獸穴皆有居) / 내 평생 돌아보니 홀로 상처뿐이구나
(顧我平生獨自傷) / 짚신에 죽장 짚고 천리를 떠돌며
(芒鞋竹杖路千里) / 물처럼 구름처럼 유랑하니 사방이 내 집일세
(水性雲心家四方)” 그는 단 한 번의 생애를 통째로 던져 파격과 일탈
의 고된 삶을 살다갔지만, 그의 고행은 후세에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큰 여지(餘地)와 여백(餘白)을 우리들에게 남겨준 사상
의 개척자였다. 그래서인지 그에게서 왠지 모를 짙은 페이소스를
느끼는 것은 아닐까......

지금으로부터 약 200여 년 전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내고 40여 년의
방랑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묻힌 유적지 일대를 순례해 보니 이 몸
또한 고달프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그의 괴로운 유랑생활에 깊은
연민과 동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왜일까 !
선생의 묘역을 지나 생가 터를 오르는 계곡은 30여분 남짓한 거리.
200여년 시간을 거슬러가듯 계곡을 오르다보니 생가 학고방
(學高房)과 영정을 모신 난고당(蘭皐堂)이 원시의 자연과 어울려
오롯이 창연(蒼然)하다. “오동나뭇잎 하나 떨어지니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알겠다(梧桐一葉落 天下盡如秋)”고 했던가. 이 깊은 산중엔
그때와 다름없이 추색(秋色)이 농익어 가고 있다.

다시 저 아래 세상으로 하산하려는 이 못난 나그네의 등 뒤로
그의 시 한 수가 화살처럼 날아와 꽂힌다. “세상만사 모두
정해진 것이거늘, 뜬 구름 같은 인생 부질없이 바쁘구나
(萬事皆有定 浮生空自忙)!”




방랑시인 김삿갓 (김문응 작사, 전오승 작곡, 명국환 노래)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삼천리
흰구름 뜬 고개 넘어 가는 객이 누구냐
열두 대문 문간방에 걸식을 하며
술 한 잔에 시 한 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세상에 싫던가요 벼슬도 버리고
기다리는 사람 없는 이 거리 저 마을로
손을 젓는 집집마다 소문을 놓고
푸대접에 껄껄대며 떠나가는 김삿갓

방랑에 지치었나 사랑에 지치었나
개나리 봇짐지고 가는 곳이 어디메냐
팔도강산 타향살이 몇 몇 해던가
석양지는 산마루에 잠을 자는 김삿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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