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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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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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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근 |
날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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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0 11:30:40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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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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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같은
입술담배 연기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잎의 차창을 닫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속에 던져 주었다.
감상평.........................................................
* 이 시는 삶의 애환을 비극적인 서정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 시에 나오는 시어들은 쓸쓸한 소멸과 정처없는 떠돎의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
막차가 주는 왠지모를 쓸쓸함과 소멸감, 눈시린 유리창, 청색의 손바닥이 주는 차가운 이미지에 실려 삶의 행로가 단풍잎처럼 흩어져 가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 시의 화자와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이다. 밤늦게 막차를 기다리며 겨울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에서 삶의 고단함에 지친 군상들을 발견하게 된다.
피곤에 지쳐 조는 모습, 감기에 걸쳐 쿨룩거리는 모습, 침묵하는 모습에서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힘겨운가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깊은 응시속에서 통찰하게 해 준다.
그리웠던 순간과 현재는 상반된다. 그리웠던 시대는 늘 따뜻함이 함께 했던 시대이며, 현재는 외로움과 수고로움에 지친 차가운 계절이다.
삶이란 그저 술취한듯 맹목적으로 때론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둘 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
굴비와 사과를 초라하게 들고 떠나는 고향, 고향으로 가는 길이 기쁨으로 들떠 있어야 함에도 이 시에서의 고향은 지친 삶의 안식처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글픈 삶의 여정에서 그마나 위안을 얻기 위하여 말없이 떠나는 고향길,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고달픈 모습, 그들이 지나온 삶의 이력은 아니 우리 모두의 인생역정은 이처럼 고단한 것이기에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
삶이란 기차를 타고 설원을 달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낯설고 고통스런 세상이 설원이라면 그 속을 쓸쓸히 달리는 기차는 우리의 인생 역정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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